<CA> 8월호 표지에 '라인프렌즈'가 도배되어 있고,
"캐릭터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라는 매력적인 기사제목이 보여 잡지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8월초부터 한 켠에 자리만 차지한채 방치되어 있다가
9월이 다 되어서야 8월 잡지를 뒤적거리며 리뷰를 올립니다.
지난 6월에도 <CA>를 보고,
개발자의 관점에서 리뷰를 올렸었는데요.
지난 포스팅 - [CA] 2015년 6월, 개발자의 관점에서 본 디자인 리뷰
이번에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의 편협한 시각으로 잡지를 훑어보려합니다.
http://bond-agency.com/project/sushi-co/
우선 눈에 띈 내용은 스시집 디자인이었습니다.
Bond agency에서 브랜딩한 내용인데요,
'스시집'에 연관된 요소를 선별하여 제각각의 특색에 맞게 상징화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연어의 붉은 색감을 Drink list로 사용하고,
파도를 도식화한 패턴을 여기저기에 배치하고,
생선모양을 상형화하여 '&'에 점을 찍어 전면에 사용했습니다.
근데 이러한 상징이나 은유보다,
컨셉을 잡은 후 완성까지 '한달'이 소요됐다는 사실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이 정도의 프로젝트는 작은 축에 속할 텐데요,
디자인업계에서도 이 정도 사이즈를 완성할때 한달 정도라면 빠듯한 일정이라고 하네요.
개발에서도 작은 사이즈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빠릿하게 한달 정도 걸리겠죠.
사실 요즘엔 이 '한달'이라는 시간 단위에 꽂혀있어서요.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은 자칫 잘못하면 느슨해지기 쉬운데요,
'한달' 단위로 사이클을 돌면서 움직여야하진 않나 혼자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라인프렌즈는 2015년 '올해 최고의 아시아 캐릭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비결에 대한 답변으로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이 꼽혔네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보통 2주 안에 모든 것이 실행됩니다. 라인 채팅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의사소통해요. 해외 파트너와의 의사소통 또한 라인 메신저를 통해 즉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문화죠."
이메일로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를 결정하며 히스토리를 간직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는 저로서는,
메신저로 주요한 의사결정까지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물론 업무상 메신저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메신저로 논의된 사항을 메일로 다시 한 번 정리해주시겠어요?"라며 서로 메일로 흔적을 남기려하거든요.
메일을 '주'로 사용하는 기업문화로는,
메신저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문화의 속도감을 따라잡긴 힘들겠네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Hey 스튜디오의 디자인입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라벨에 구멍을 뚫어 잼의 양을 가늠하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놀랍습니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방법이 사실 좋은 특허소재가 되겠지요.
여기서는 원형의 '점'으로 제품의 양을 가늠했지만,
특허를 쓴다면 '선'이나 '면'의 조합도 실시예로 추가하는게 좋겠군요.
역시, 디자이너들의 멋진 아이디어는 개발자에게 영감을 줍니다. :)
디자인피버라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그룹에 대한 기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웹페이지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눌러보고 싶게 만들어놨네요.
디자이너 최경숙 실장이 한 말이 귀에 계속 맴도네요.
"삼성에서 디자인 철학을 담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처음에 저희는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강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안이 통과되고 나니, 이 화려한 비주얼에 삼성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어울리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 즈음 오랜 시간을 삼성에서 땀 흘리며 휴대폰 기획과 제조의 역사를 겪어온 실무자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서야 디자인보다 앞서야 할 것이 진정성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디자인을 걷어내고 깊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집중하여 플랫폼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죠."
삼성의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나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란 벽 앞에서 끝없는 고뇌에 빠진 디자이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네요.
언제나 모든 것을 한 손에 거머쥘 수는 없으니까요.
세태에 따라 순환하게 되겠지요.
이번 달 <CA>도 여러가지로 고민거리를 많이 안겨주었습니다.
고민이 많아 다행이네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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