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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CSA]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를 말하다


본 글을 포스팅하기에 앞서,

본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개인적인 생각인 점을 먼저 언급드립니다.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이하 SCSA)는 삼성의 독특한 채용제도입니다.

인문계열 전공자에게 소프트웨어를 반년간 집중교육하여 개발자로 키우지요.

지난 2013년에 SCSA 1기를 배출한 이래로,

2014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2기와 3기가 나왔고,

2015년 상반기에도 4기가 졸업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5기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SCSA 소속 학생들은 위의 교육프로그램 안내표에 언급되어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SDS로 배치됩니다.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SCSA 입학과 동시에 회사 및 트랙이 정해지게 되지요.


삼성전자 / 제품 SW 개발과정

위의 과정으로 졸업한 학생들 중 일부가 제가 있는 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두명이 저희 파트로 배정되었습니다.

그 두명은 2013년에 SCSA 1기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한 SCSA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SCSA라는 제도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Samsung Computer Science Academy 혹은 Scholarship 같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랩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합니다.


슥사(SCSA를 그대로 읽은 발음, '석사'와 유사한 발음으로 실제 통용되고 있음) 출신의 정체가 밝혀졌을때,

다소 도전적이기까지한 실험정신이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였습니다.

과연 '거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왠지 애틋해져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제 첫 전공도 인문학이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대학에서 역사를 4년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공학을 4년 공부하였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을 시작했을때 매일이 멘붕이었는데요,

인문학적 사고방식과 공학적 사고방식의 간극은 생각보다 커서 두뇌를 끊임없이 재부팅해야했습니다.


이산수학까지는 참을만했는데,

공학수학, 미적, 전기회로 등 고등학교 이과과목이 바탕이 되는 수업들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아마 슥사출신들도 교육내내 저와 비슷하게 매일같이 참담한 심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6개월 속성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하니 어쩌면 매일이 지옥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그래서 슥사출신들은 왠지 남같지 않고 감정이입하게 되나봅니다.


저희 파트로 배속된 슥사출신인 두 신입사원은,

다른 공학계열 신입사원과 마찬가지로 1년 동안 두 명의 멘토에게 1:1로 보살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두 명 중 하나가 제 멘티가 되었죠.


멘티가 어엿한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은 온전히 멘티의 노력여하에 달려있겠지만,

멘토에게는 멘티를 잘 이끌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슥사 제도의 취지를 놓고 여러가지로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슥사는 인문학도를 단지 코더로 탈바꿈시키려는 제도가 아닙니다.

인문학 소양을 갖춘 개발자로 키워 개발의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제도이겠지요.

그 중에는 기발한 발상으로 재미난 알고리즘을 뽑아내는 개발자도 나타나겠지만,

상품기획, 개발 UX 제작, 개발 프로세스 정립, 검증, 행사기획, 에반젤리스트 등등

개발의 다양한 영역에 진가를 발휘하는 슥사출신도 나타나겠지요.


그래서 멘티에게 개발영역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당연히 코딩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연마하였지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 멘티는 상당히 똘똘해서 배움이 빨랐습니다.

(혹은 "제가 너무 잘 가르쳤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멘티가 화낼지도...)

이미 슥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현업에서 필요한 스킬을 빠르게 익혔습니다.

소프트웨어 전공자 선배들만큼 일하고 공대의 시덥잖은 개그에도 적응해갔습니다.


물론, 슥사출신 사원들과 컴공출신 사원들과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면에서는 컴공출신보다 탁월합니다)

컴공 출신은 신입사원이 된 순간 최소 5년차 개발자가 되는 셈이지만,

슥사 출신은 이제 겨우 7개월차 개발자인걸요.

배우고 익힌 기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둘 간의 출발선은 다릅니다.

컴공과 학생은 개발 영역에서만큼은 몇 년 앞서있지요.


이러한 현실은 슥사출신들이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슥사가 된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https://blog.samsung.com/4343/

위의 삼성블로그에 게시된 내용을 보면 슥사인들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 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아직도 아키텍쳐를 보면 역사인식에 바탕하여 흐름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포스팅 곳곳에 역사냄새가 풍기고 있겠죠.

이런 인식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랑절대아님, 그냥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른 전공을 가진 슥사인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조엘 온 소프트웨어의 조엘 스폴스키가 개발자에게 필요하다고 말한 <미시경제학>을 달달 외우고 있는 경제학도도 있습니다.

신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철학을 전공하여 인간에 대해 깊이 탐구한 인문학도도 있습니다.

중어중문학, 서반어학과, 독어독문학과 등 외국어에 능통한 개발자도 있지요.

슥사인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들겁니다.

바로 그 점이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회사의 요구와 슥사의 접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지난 8월 인사과에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아직 교육을 받고 있는 SCSA 5기 5명의 멘토링을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었는데요,

이런 공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5기 멘티들과 8월/9월/10월 현재까지 세차례 만남을 가졌는데요,

이번에도 다양한 전공을 가진 슥사인을 만나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걸을 수 있는 다양한 테크트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멘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이번 멘티들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모두 현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슥사인으로서 역사를 하나씩 만들어가겠지요.



저희 파트에 있는 슥사 1기 출신 2명은 굉장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은영 연구원은 얼마전 개발자행사에서 멋지게 발표를 했습니다.

(사진, 이근선 연구원 作)



한준규 연구원은(사진 오른쪽에 브이하는 사람, 준규 미안... 사진이 없다),

며칠전에 해커톤에 가서 멘토역할을 맡았습니다.

(참고로 왼쪽에 손흔드는 사람은 웹앱의 대가, 강석현 선임연구원님.)


아직 2년차이지만 저희 부서 슥사인을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多才多能

大器晩成

刮目相對

有志竟成

日就月將


시련없는 진보는 없습니다.

감히 시련을 이겨내라고 말할 주제는 못되지만,

시간을 견뎌내면 단언컨대 슥사인 스스로 통섭의 의미를 찾을 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