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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러시아] 개발자가 읽은 '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


안녕하세요, 윤진입니다.


이틀 전에 러시아에 대한 책을 하나 읽고 포스팅을 했습니다.

러시아인이 바라본 러시아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서였습니다.

([러시아] 개발자가 읽은 '알쏭달쏭 러시아인')

시각의 균형을 위해 이번에는 한국인이 지은 러시아 안내서를 읽어보았습니다.

강남영 지음, 라온북 출판사, <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 2015년 5월 20일 발행


근본적으로 두 책은 따뜻한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고,

러시아인에 대한 포괄적 성격 내지는 정의에 합의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경험에 근거하여 유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에도 책을 정독하며 다시 되새김할만한 곳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습니다.

개발자의 편중된 시각에서 재미난 부분만 추려놓았습니다. :)




공산주의 문화


1990년대 초 서구화 과정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겪은 정서적 혼돈은 1917년 공산주의 혁명 때 느낀 혼돈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러시아 국민은 이 과정에서 경험한 혼란과 무질서를 민주주의 때문에 일어난 상황으로 이해했으며, 소련 시절 국가의 강력한 통제 · 압제보다 더 큰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즉 러시아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 "러시아 민주주의는 100년은 더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강력한 국가를 원하는 압도적 다수의 러시아 국민이 민주주의를 원치 않고 그것을 두려워 한다"... 즉 러시아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 정치적 자유는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그들은 강력한 정부 통제가 있던 소련 시절로의 복귀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 68 ~ p. 69)


얼마전 JTBC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 일리아의 푸틴지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발생한 혼란을 푸틴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고도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자유주의가 러시아에 안착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죠.

90년대 이후 개발도산국에서처럼 러시아에서도 러시아만의 경제형태-

'러시아식 자본주의'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남들보다 빨리 자본주의 적응하여 부유하고 유명해진 스타개발자도 눈에 띕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혹은 알려지기 시작한 개발자들도 차후에 한 명씩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러시아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비경쟁 시스템을 조성해 자발적 경쟁을 통한 성장이 아닌 국가의 통제에 의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16세기 러시아 차르는 ... 농민의 거주이전을 제한해 농장주 간 경쟁을 원천에 봉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교회에서도 성직자를 노예 신분으로 만들어 이전의 자유를 박탈하여 수도원 간 경쟁을 방지하고 교회의 인적 · 물적 자원을 중앙에서 통제했다. 도시에서도 노동착취를 피해 도망가는 주민을 반환하는 법을 제정하여 영주간 경쟁을 방지했다. ...


러시아의 비경쟁시스템은 중세 농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백년간 비경쟁 시스템에 모두가 익숙해져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주 최근에야 자본주의와 함께 경쟁이란 개념이 러시아에 파고들었습니다.

아직까지 비즈니스 세계에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니,

사회시스템이 바뀌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시간관념


러시아로 출장 온 한국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첫째,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영토에 시도 때도 없이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약속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둘째, 모스크바의 대책 없는 교통 체증 때문이다. 모스크바 중심에서 쉐르메티예보 국제공항까지의 거리는 30km 정도다. 금요일 저녁 8시 30분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가려면 오후 3시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도로에서 최소 3시간 정도 버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p. 80)


자연재해가 매일같이 일어난다는데 약속시간을 어겼다고 화를 내면 안되겠네요.

그저 두 사람이 살아서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해야겠죠;

거기에 사회간접자본이 매일같이 노후화되고 있어서 상황을 악화일로입니다.

최근에는 유가가 매일같이 내려가고 있어서 러시아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도로를 손볼 겨를은 도저히 찾을 수 없겠네요.

30분쯤은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려줘야겠습니다.

원래 개발자들은 잘 참기 때문에 전 러시아에서도 문제없을 겁니다.



개인적인 관계중시


어느 날 바이어에게 연락이 왔다. 중국의 한 업체에서 제안서가 들어왔단다. ... 그런데 바이어의 다음 행동이 이상하다. 메일로 중국업체의 제안서를 그대로 보내온 것이다. "중국업체의 제안서에 알아서 대응해달라"라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 러시아 바이어는 5년 동안 나와 같이 잘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싫었고, 나와의 인간적인 관계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p. 35)


러시아에서의 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명절마다 선물을 주고 받는 등의 개인적인 관계가 굳건히 수립되어 있으면,

금전적인 이익 보다 두터운 관계에 의해 상호간의 사업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런 러시아인의 의리중시 파트너쉽을 잘 이해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샘플을 자주 제공해야 하는 무역업의 특성상 UPS, DHL, TNT 등의 국제특송회사를 자주 이용한다. 나는 그보다 좀 저렴한 우체국 EMS를 자주 이용한다. DHL 등은 현지의 세관 문제로 인해 통관 문제가 예상되는 품목은 아예 수취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운송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물론 EMS도 현지 통관이 거부되어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 밝히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나의 개인 연락처는 항상 열려있다. (p. 65)


러시아에서 사적인 관계를 잘 구축해놓으면, 안될 일도 되게 할 수 있다.

공항이나 세관업무에서조차 인맥이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러시아 정부와 얽혀있는 분야는 모두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설사 소프트웨어와 같이 첨단을 달리는 분야에서도 말이지요.



러시아어 ONLY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 입국신고서에 러시아어로만 표기되어...

2005년 9월 30일 자 연합뉴스에서는 "2005년 10월 1일부로 러시아 공항 입국카드 표기가 현재 영어 · 러시아어 혼용에서 전부 러시아어로 바뀔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혹시나 외국인이 자국으로 들어오길 원하지 않는 민족주의자들의 힘이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러시아에서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이 러시아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무튼 러시아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의 소행은 분명하다. (p. 61 ~ p. 63)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알고 있는 러시아인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영어에 익숙하다고 합니다)

러시아어는 CIS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 영국 + 미국의 우산 아래 있는 국가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겠지요.

그런 러시아에서 영어로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생존을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쉽지 않네요...

단어들마다 변화가 많아서 머리가 아픕니다;


러시아어 명함을 받는 바이어는 아마 자신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직접 손으로 써서 줄 것이다. 휴대폰 번호를 직접 써주는 행동은 당신과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휴대폰은 철저히 개인 용도로, 일반적으로 러시아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를 써놓지 않기 때문이다. (p. 81)


어쩌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휴대폰 번호를 공유하는 우리네 문화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 사회에서는 퇴근 후에도 회사걱정을 해야 하지요.

게다가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집에 가서도 키보드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한밤 중에 퇴근을 해도 새벽녘까지 오픈소스 활동을 하는 개발자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인 4월 20일과 사망일인 4월 30일 전후로 스킨헤드의 활동이 더욱 기승... 이들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 몰려다니면서 유학생들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에 대해 백색테러를 가하고 있다...

스킨헤드의 태동은 1990년대 초 경제위기로 교육체계가 붕괴되면서 제도권에서 흡수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기존 사회질서와 도덕에서 이탈하면서 반사회적 폭력 집단에 흡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옐친 정권의 정치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민족주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p. 76)


스킨헤드 출몰지역에서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마침 준동시기도 4월달에 몰려있으니 신경을 조금만 쓴다면 위험할 일을 별로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동양인을 상대로한 테러가 최근에는 들리지 않고 있네요.

그만큼 모두가 조심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하지만, 결코 스킨헤드가 없어질 일은 없습니다.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


러시아 사람들과 만났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는 자원이 많아 좋겠어요"라는 말이다. 그들에게 이 말은 "땅파서 먹고 사니 얼마나 편하고 좋겠냐"라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p. 40)


하지만, 러시아는 철저히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의 24%, 수출의 70%, 재정수입의 49%를 석유와 가스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기반은 에너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광활한 대지나 풍부한 자원을 언급하는 것은 다른 산업에 대한 비아냥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괜히 러시아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책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러시아인은 상처받기 쉽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2015년 7월 1일부터 공공기관은 오직 러시아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만을 구입해야 한다는 법안도 통과되었다. 하지만 외국 소프트웨어의 구입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가 러시아 내에서 개발되지 않았다거나 러시아 제품의 구입이 적합하지 않다는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외국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구매도 가능하다. 외국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려면 러시아어 개발자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에 러시아어 라벨을 부착해야 그 자격이 인정된다. (p. 113)


러시아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배제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서부터 러시아 업체의 제품이 잠식해들어가겠네요.

2015년 7월 1일이면 발효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어찌보면 지금이 소프트웨어 업계 입장에서는 블루오션이 활짝 열린겁니다.

한국 IT 업체들도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달라붙는게 어떨까요?



의료산업


러시아에서 1차 수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수술받는 과정에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체 외적으로 수술한 흔적이 있는데, 심장에 손을 댄 흔적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의사가 개복했다가 그냥 닫은 후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모든 의료서비스는 무료다. 그러나 실제로 정상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뇌물을 주어야 한다. 의사의 월급이 택시기사보다 낮다 보니 당연한 현실일 수도 있다. (p. 123)


러시아에서는 아프면 안됩니다.

(아프고 안 아픈게 뜻대로 되는게 아닐테니) 만약 큰 수술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 의사에게 뇌물을 건네고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제대로 치료를 받거나,

- 유럽에서 도입된 자본주의화된 병원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치료를 받아야합니다.

  유럽식 병원에서는 진찰료만 수십만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읽어보니,

좀 더 심고 깊게 역사 / 정치 / 경제 / 산업을 자세히 파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도 러시아에 대한 자료가 없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좀 더 수집해봐야겠습니다만,

소프트웨어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보내세요~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