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전유물이 아니겠죠?
개발자들도 좋은 디자인의 철학과 위트에 충분히 감동받고 있습니다.
밋밋한 단색 무채색 터미널에서 한참 코딩을 하다보면,
울긋불긋 색채감이나
작가의 의지가 엿보이는 필획이나
정교한 구도라든가
신묘한 센스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잡지를 한 권 샀습니다.
<CA>
Cummunication Arts
Creative Arts
Computer Arts
위의 단어들이 가지는 각각의 의미가 <CA>의 방향성을 의미하겠죠.
<CA>의 표지를 넘기면,
장유진 에디터의 환영사가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어플리케이션, 인쇄 후가공, 인터랙션, 코딩, 램프"
몇몇 단어가 개발자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입니다.
디자인 책자가 다루는 내용이니 만큼,
개발자 만큼이나 디자이너들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단어겠죠.
환영사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디자인 작업에 자신만의 요소를 더하라'가 6월호의 주제라고 합니다.
코딩 작업에도 자신만의 요소를 더할 수가 있을까요?
파일명, 함수명, 변수명, 코딩컨벤션, 라이프사이클, 아키텍쳐
갖가지 요소로 자신만의 시그니쳐를 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잘 짜여진 코드를 보면,
'조화'와 '균형'이 떠오르는데요,
이 점은 디자인 영역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죠.
삼성전자가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설치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CA>의 표현에 의하면,
"사뭇 진지하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는 영혼과 정신이 담긴 기술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가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영혼과 정신이 담긴 조형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놓쳤지만,
디자인 삼성 사이트에서 이미지로나마 볼 수 있습니다.
고 백남준 작가님의 비디오아트에서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실험정신과는 또다른,
정제된 정신이 담겨있는 오브제를 전시했네요.
전자업체가 표현할 수 있는 미학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두 개의 링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평행으로 배치되어,
연속적인 영상을 교묘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지 못한게 다소 아쉽군요.
지역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운영해낸,
Typeforce의 던 핸콕(Dawn Hancock)의 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사회적 교류를 통해 지역프로젝트를 참여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벌써 6년이나 되어 웹페이지를 '6'으로 장식했네요.
지도를 찾아보니 강, 공원, 대학이 근처에 있네요.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가서 충전을 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 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지역사회의 공간도 있으면 좋겠네요.
농담삼아 먼 미래에 인력시장에서는,
자바 1명, C언어 2명을 외치며 사람을 뽑아갈 거란 얘기도 있는데요.
창의력 넘치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하며,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그 작업에는 디자이너도 함께 할 수 있겠죠?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포스터에 게재된 마타 서다의 작품도 눈에 띕니다.
출처 : 앰네스티 인터네셔널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고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표현했습니다.
검은색 연필은 언로를 막으려는 의도를 가진 각종 시도처럼 보이네요.
흰색 연필은 그에 굴하지 않고 펜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흰 연필 밑둥에 새겨진 XIX는,
"Everyone has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is right includes freedom to hold opinions without interference and to seek, receive and impart information and ideas through any media and regardless of frontiers". Article XIX of the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사상의 자유를 얘기한 인권 선언서의 19항을 의미합니다.
아두이노를 사용하여 포스터를 만든 프로젝트도 흥미롭습니다.
출처 : http://www.creativereview.co.uk/cr-blog/2013/may/sound-poster-trapped-in-suburbia
위의 블로그에 가면,
위의 포스터를 연주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순수예술 분야는 아직 IT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순전히 제 선입견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탱그램의 여러 제품리뷰도 올라와있습니다.
스마트 로프는 <Digital Fashion> 리뷰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죠.
("<Digital Fashion> 2015년 6월, 스마트 제품을 훑다", http://storycompiler.tistory.com/40)
스마트 로프 뿐만 아니라 스마트 닷, 스마트 케이스, 스마트 플레이트와 같은 제품도 디자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단순 제조업체는 아닌,
디자인제조업체가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니 이런 형태의 공산품도 나올 수 있군요.
과거의 아이리버 제품을 보며 감동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지만,
해가 지나도 감동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할거란 기대가 생기네요.
"창조성이 가로막힐 때"를 주제의 토막글을 읽으니,
디자이너나 개발자나 모두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적 작업 과정에서 어떤 장벽에 가로막혔을 때 작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중단하고 산책을 나가든 운동을 하든 전혀 다른 종류의 활동을 하는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면 예상치 못한 순간, 이를 테면 샤워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제 주위의 개발자들도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개발을 위한 영감은 샤워할 때 많이 생기죠. :)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디자이너와 협업을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용어를 써서 얘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디자인용어를 써서 얘기하기도 하지요.
그 어느 쪽이든 서로가 생각하는 이데아와는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디자이너 눈에 답답한 개발자처럼 보이지 않길 소망합니다.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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